저자 : 박용주
호 : 오재
저술연대:
출전:《오재유고》
덕천 성기운 어른에게 올림
上成德泉丈璣運
절하고 물러난 지 오래되어 추앙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합니다. 편지를 써서 지난 섣달의 미진한 회포를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행하지 못했으니, 현인을 사모하는 정성이 과연 어디에 있다고 하겠습니까. 삼가 묻건대 어르신의 생활에 신의 가호가 있고 보고 듣는 것이 전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아드님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어버이를 기쁘게 해주는 여가에 천 권의 시서(詩書)를 독파하고 있는지요?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넘치는 경사가 있는 법입니다. 어르신 가문에도 복이 이어질 것이니 멀리서 축하하는 마음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저〔罪生〕는 단지 궤연(几筵 혼백이나 신위를 모신 자리)을 받들고 구차하게 연명하면서 숨 쉬고 있을 뿐입니다.
우재(愚齋) 이(李) 형은 이미 오래 전에 백리 길을 떠났습니다. 아, 저 왜적 에 대해 그들의 정치에 응하지 않고 광복에 큰 뜻을 두고는 영남과 호남의 사우들을 끌고 가서 만주에서 병사를 기르려고 했는데, 일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기밀이 먼저 탄로 났기 때문에 다년간 옥중에서 신음한 나머지에 노병이 더해져서 날마다 약〔刀圭〕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의 선친이 지은 시문 수십 권과 문선(文選) 약간을 상자에 보관해 두고는 마음에 걱정이 되어 그것들을 인쇄해서 반포하려고 했는데, 동지(同志)가 전에 하던 일을 미처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병든 몸으로 행장을 꾸리고 있으니, 그의 뜻은 장대하지만 인정으로는 비통한 생각이 듭니다.
上成德泉璣運
拜退已久景仰益勤趁擬裁疏以修客臘未盡底懷而因循未果緇衣之誠果安在哉敬伏問動止神護視聼無遜昔令允趨庭怡愉之暇讀破千卷詩書耶積善之家必有餘慶盛門源源福祉遠賀不已罪生秖奉几筵苟延視息而已李兄愚齋宿舂已久吁彼倭敵不應渠政卓然有志於光復延攬嶺湖士友養兵滿洲事未成而機先失以故多年呻吟於囹圄之餘祟加之以老病日事刀圭矣以其先親所著詩文數十呇及文選畧干藏在巾衍心竊爲憂使之印頒同志爲未終前事業故抱病戒裝其志壯矣情則悲慮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