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윤선도
호 : 고산
저술연대:
출전:《고산유고(孤山遺稿)》
두 손자 이석爾錫, 이후爾厚에게 보내어 답한 글
을사년 정월
글월을 보니 위로가 된다. 석(錫)이 지은 과거시험 표문 두 편을 보니 문예에 종사할 만하여 기쁘다. 다만 전혀 문기가 없는데 한갓 독서를 하지 않은 까닭만은 아니다. 보중하고 호연지기를 기르지 못한 소치와 관계가 있다. 아마도 공교하고 아름다운 문장은 다 간과 신장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 두 장기(臟器)를 보중하지 않는다면 총예와 풍성한 문장이 따라 나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 자주 아프고 셈이 흐려지게 되는데 어째서 후(厚)하게 하지 않느냐? 산에 거처하면서 담백하게 먹고, 고요히 조섭하면서 평안하고 한가롭게 지내면서 책을 보고 공부에 힘써라.
후는 초사(椒寺)에 있다고 하는데 초는 어느 절이냐? 밥 짓는 여종을 번거롭게 하지 말거라. 한명의 여종에게만 밥하고 국을 끓이게 하여 밥 한 그릇과 마른 반찬을 먹으면서 고생을 하면 되는데, 회심당(會心堂)은 어째서 아니 된다고 하느냐? 너희들은 예로부터 서울의 선비들이 절에서 사는 규칙을 듣지 못하였느냐? 평소 국이나 채소 장을 가져다 바치지 않고 단지 스스로 밥을 지어 먹을 따름이다.
진실로 내가 위에서 말한 가르침에 따르면 회심당이나 호호정도 다 공부할 만한 곳이다. 강산의 도움으로 말하자면 호호정이 월등히 낫다. 조금 먼 곳이 어찌 해가 되느냐? 이처럼 힘써 고생하면서 멀리서 가르치는데 냉수를 마시고 더위 먹는 것을 막을 뿐 아닌가 걱정된다. 또 큰애가 본 바도 나에게 미치지 못한 것을 생각하니 어찌 다 말하겠느냐? (회심(會心)은 당(堂)의 이름이고 금쇄동에 있다. 호호정(浩浩亭)은 위에서 보인다.)
答寄兩孫 爾錫·爾厚書 乙巳正月
見書爲慰. 錫也所製科表二首, 看之喜其從事藝苑. 第頓無文氣, 非徒不讀之故, 亦係不保嗇養浩所致. 蓋工巧華藻, 皆出於肝腎, 如不保嗇二臟, 非徒聰銳文艶無從而出, 亦且多病減算, 何不與厚也? 棲山茹淡, 靜攝優游, 看書做工. 厚也棲椒寺, 椒豈寺也? 勿煩炊婢, 使一奚奴作飯羹, 簞盛乾饌而喫苦, 則會心何不可之有? 汝輩不聞自古京儒棲寺之規耶? 素無羹菜醬之供, 只藉炊飯而已矣. 苟能依吾上面之敎, 會心,浩浩無不可也, 而以江山之助言之, 則浩浩大勝, 稍遠何傷? 如此勤苦遠敎, 而恐不啻飮水救暍, 且念大兒所見亦不及於我也, 言何可盡? 會心, 堂名, 在金鎖洞. 浩浩亭見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