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윤선도
호 : 고산
저술연대:
출전:《고산유고(孤山遺稿)》
정유악鄭維岳에게 답한 서신
정미년 정월
멀리서 새해에도 복으로 더욱 편한할 것을 생각하니 위로가 되고 마음이 풀리네. 작년 초겨울에 보낸 글월을 늦겨울에 받아 보니 멀리 떨어져 있어 상심하지 않았는가? 편지의 내용 중에 “무슨 도로써 끝내 고인의 충효의 가르침을 져버리지 않을 것인가?” 라고 하였네. 훌륭하구나, 현인의 말씀이!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몸을 세워 이름을 드날려 부모님을 드러내는 것이 효의 끝”이라 하셨고,『예기』에는 “사십에 비로소 벼슬길에 들어 바야흐로 일을 꾀하고 헤아려 도에 합당하면 복종하고 그렇지 않으면 떠나가는 것”이라 하였고, 『맹자』에 말하기를 “임금에게 어려운 일을 실행하게 하고 권하는 것을 공(恭)이라 하고 선을 펼치고 악을 막는 것을 경(敬)이라하니 어찌 다른데서 구하겠는가” 하였네.
이 세 가지 말을 서 있을 때나 수레에 타고 있을 때나 항상 염두에 두면 종신토록 다함이 많을 것이네. 나는 오랫동안 병으로 고향에 머물러 있는데다가 나이는 구십 줄에 들어 병과 근심이 종종 생겨 한 가닥 실낱같은 숨이 끊어지지 않을 따름이네. 나머지는 할 말을 다 잊어버렸네.
答鄭維岳書 丁未正月
遙想新福益綏, 慰豁區區. 前歲初冬之書, 季冬得見, 地遠傷哉? 書中有不知以何道而終無負於古人忠孝之訓耶? 善哉如賢之語, 孔子曰: “立身揚名, 以顯父母, 孝之終也”, 記曰: “四十始仕, 方物出謀發慮, 道合則服從, 不可則去”, 孟子曰: “責難於君謂之恭, 陳善閉邪謂之敬, 何必他求”. 此三言者參前倚衡, 則終身儘多也. 僇人久處病鄕, 齒入九旬, 疾恙種種, 一縷未絶耳. 餘萬忘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