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윤선도
호 : 고산
저술연대:
출전:고산유고
일찍부터 자네 춘부장께서는 천부적으로 늙지 않은 자품이 있다고 알고 있어서 항상 백세[期頤]까지는 사실 것이라고 여겼는데 어찌 갑자기 세상을 떠나실 줄을 생각이나 하였겠는가? 우리 문중에는 나이 많은 노인 분들이 더는 생존해 계시지 않는데다가 세상의 어지러운 일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영원히 유명을 달리하니 비통한 마음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평상시보다 정이 더하여 오랫동안 울음을 삼키고 있으니 더욱 고통스럽네.
생각건대 자네들은 모두 효심이 지극히 순수하고 지극하여 부친을 사모하고 울부짖을 것이니 어찌 이를 참고 지내겠는가? 절서(節序: 절기의 차례)는 차츰 지나 이미 가을에 접어들었으니 애통하여 망극함을 어찌하겠는가? 억지로 소식(疏食)을 더하고 예의 제도를 굽어 따라 아득한 생각과 자위(慈闈: 어머니)의 오직 자식의 질병을 걱정하는 마음을 위로해드렸으면 하는 것이 멀리 있는 사람의 바람일세. 서울과 시골은 너무나 멀어 흉보를 너무 늦게 받았는데 갑자기 낭패한 일이 있어 한 장의 종이로 위로의 글을 띄우네만, 이 또한 때가 아니어서 슬픔을 머금고 걱정만 할 따름이네. 나는 망령되게 위기를 맞아 산에 갇혀 사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때에 풍토를 극복하지 못하고 신음으로 하루를 보내네. 대필하느라 편지의 예를 다 갖추지 못하네.
慰尹別監機文 進士機章書 庚子
早知椿府天賦難老之姿, 常謂期頤可必, 豈料奄忽斯遽? 吾門耆舊已無餘存, 而風塵闊別, 永隔幽明, 悲痛摧裂, 有倍常情, 呑聲久愈苦也. 緬惟僉孝心純至, 思慕號絶, 何可堪居? 節序推遷, 已屆三時, 哀痛奈何, 罔極奈何? 強加疏食, 俯從禮制. 以慰冥冥之念及慈闈惟疾之憂, 遠人所望也. 京鄕旣遠, 承凶最晩, 而旋有狼狽之行, 一紙慰書, 亦不以時, 含噦耿耿. 僇人妄觸危機, 囚山誰咎? 綿劇之時, 不服水土, 呻吟度日. 倩筆不成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