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윤선도
호 : 고산
저술연대:
출전:
이곳에 도착한지 5개월 만에 글월 한 장을 처음으로 받았으니 참으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이네.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몸이 평안하다니 떨어져 있는 회포가 조금 풀리네. 나는 목숨을 겨우 연명해가고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네. 이곳은 풍토가 매우 나빠서 모든 일이 사람 사는 세상 사이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네. 산에 갇혀 사는 것은 매귀(魅鬼)를 막는 문이라고 명명한 것이 바로 이것을 이름하는 것일세.
그러나 고난이 이와 같으니 나를 한가한 곳에 두어 군주를 잊고 나라를 져버리게 하는 것에 비한다면 씀바귀를 억지로 냉이처럼 달게 먹는 것보다 나을 것이네. 서매(庶妹)와 서모(庶母)가 잇달아 갑자기 세상을 떠나 삼천리 바깥에서 부음을 들으니 슬퍼 오열을 어찌 이기겠는가? 유배지에서 이런 슬픈 소식이 더해지니 쓰라린 서글픔을 안고 하루를 보내네. 피곤하고 다망하여 남에게 대필하여 답장을 쓰느라 이만 줄이네.
答安甥瑞翼書 庚子
到此五箇月得一書, 誠絶域也. 憑悉侍安, 離懷少豁. 僇人延喘, 幸也. 此地風土甚惡, 百事無一如人世間者. 囚山禦魅鬼門之名, 正謂此也. 然其苦雖如此, 比之於俾躬處休而忘君負國, 則勝於薺之甘也. 庶妹庶母陸續奄忽, 聞訃於三千里外, 悲咽可勝? 澤畔添此, 楚愴度日. 憊且忙, 倩筆尾復. 草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