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윤선도
호 : 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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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26일에 글월을 받으니 위로가 되네. 제사를 주관하는 일을 본 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국가는 종묘사직과 백성을 중하게 여기고 제때에 현인을 택하고 왕세자를 정하는 것이네. 그러므로 옛적에 간혹 적자가 아닌 자를 부친의 명으로 적자를 이었는데 이것이 곧 관천하(官天下)의 의이네.
사가(私家)의 예는 성인의 말씀을 풀이 한 것으로 절연히 정함이 있어서 천지간에 사람으로서 하여야 할 떳떳한 도리이고, 고금의 세간에 통하는 이의(理義)이어서 바꿀 수 없는 것이네. 왕부(王父)의 명이 있더라도 어떻게 감히 적자를 빼앗을 수 있겠는가? 천리와 성인의 말씀을 어기는 것이네. 그런데도 왕부의 명에 힘써 부응하면 어떻게 사람 사는 세상에 서겠는가?
돌아가신 형님을 위하여 양자를 세우는 계획을 하는 것이 득이 될 것이네. 할아버지는 착하신 분이라 하늘이 어찌 후손을 끊겠는가? 자네의 새로 태어난 아기는 조물주의 조화로 운수가 길(吉)하다고 하니 하늘의 뜻이 필시 여기에 있으니 속히 망형의 형수씨에게 알려 이 아이를 양자로 입적하여 후사로 삼도록 하게. 한편으로는 신속히 기년복을 만들어 사당과 영혼의 자리에 고하고 곡을 한 후에 복을 바꿔 입으면 어떠하겠는가?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으니 의심하지 말게나. 만약 일을 처리하지 않고 어물어물 미루기만 하면 우리가 취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사림의 공론이 끝내 허락하지 않을 것이 뻔하니 윤기(倫紀)를 어긴 죄인이 되는 것을 어찌 면할 수 있겠는가? 의리가 불안하면 차마 일각이라도 편안히 처하겠는가? 모름지기 이를 소홀히 하여 하루 이틀 어물쩡하게 보내지 말게나. 자네에게는 또 반드시 좋은 자식이 생길 것이니 형의 제사를 이은 일에 큰 애를 입적시키지 말게나. 병석에 엎드려 대필을 시키느라 일일이 답을 못하였으니 마음으로만 보아주기 바라네.
오늘 예를 의논하는 것은 『예기』의 「단궁면자유최지설(檀弓免子游衰之說)」인데 자네 집안의 잘못된 예를 바로 잡아주는데 정히 합당하네. 오늘 이 글에서 말한 법식도 단궁면자유최의 뜻을 말한 것이네.
與李進士萬封書 辛丑
正月二十六日書承悉, 慰豁. 主祀事, 所見何其謬也? 蓋國家則惟以宗社生靈爲重, 有時擇賢建儲. 故古者或有非嫡而承父詔爲嫡者, 是乃官天下之義也. 私家之禮, 則聖人經訓, 截然有定, 天地之常經, 古今之通義, 不可易也. 雖有王父之命, 何敢奪嫡也? 違天理違聖經. 而勉副王父之命, 則其何以立於人世也? 爲亡兄立後之計, 得矣. 王父善人, 天豈絶其嗣? 君之新生兒造化頗吉云, 天意必在於斯, 速告亡兄嫂氏, 養此兒爲後. 一面速製朞服, 告祠堂告几筵, 哭而換服, 如何如何? 此外無他道理, 勿疑勿疑. 若又持難則非徒吾不取也. 士林公論, 終必不許, 可免倫紀之罪人乎? 義理之不安者, 其忍一刻安而處之耶? 更須毋忽之而一日二日也. 且君必又生好子, 勿靳頭兒於繼兄之祀也. 伏枕倩筆, 不能一一, 只希心照. 今之議禮者, 檀弓免子游衰之說, 正合於規君家之誤禮. 今此狀式亦檀弓免之義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