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윤선도
호 : 고산
저술연대:
출전:《고산유고(孤山遺稿)》
아들과 손자에게 보낸 편지
신축년
사람은 알지 못함이 있고 일은 헤아리기 어려움이 있다. 쓸 데 없는 말을 하여 남모르는 원한을 즐기는 자가 있고 비슷하여 분간을 못하여 지극한 원한을 입은 자도 혹간 있다. 그래서 성인의 가르침에 “남이 나를 속일까 미리 짐작하지 않고 남이 나를 믿지 않을까 미리 생각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이를 깨달은 자가 있으면 현명하지 아니한가!” 하셨다.
그러므로 선현이 사람을 가르침에 “오이 밭에서 신 끈을 묶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치지 말라”고 경계하였다. 그러나 법을 쓴다면 무고한 이를 죽이기보다는 차라리 경전이 아닌 법을 써서 잘못되는 것이 낫다. 일을 혹시라도 급하게 처리하면 후회를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당태종이 장온고를 죽인 후에 늦게 깨닫고 세 번 검토하여 임금에게 아뢰는 법을 제정하였다. 만세토록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반드시 이 뜻을 알지 않으면 아니 된다. 너희들은 이를 각골명심하여 삼가도록 하여라.
與兒孫書 辛丑
人有不測, 事有難料, 或有杜撰而逞陰怨者, 或有疑似而被至冤者. 故聖訓曰: “不逆詐, 不臆不信, 抑亦先覺者賢乎!” 故先哲訓人, 則以瓜田納履, 李下正冠爲戒, 而用法則以與殺無辜, 寧失不經爲典. 且事或急處則難免後悔, 故唐太宗殺張蘊古後, 晩覺而立三覆奏之法. 萬世治官治家者, 不可不知此義也. 汝曹刻骨愼之.